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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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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여 수명 구역

도시의 모든 시민에게는 잔여 수명 카운터가 부착된다. 카운터는 팔리고 사고 이전된다. 레이는 죽어가는 딸 소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16년을 건넨다. 딸의 손목에 새겨진 숫자가 아버지였다.

#디스토피아사회#감시사회#계급사회#시간은행#실존적위기#고독#소외

레이가 처음 딸의 카운터를 본 것은 병원 복도였다.

D-0044

44일. 형광 숫자가 소유자 없이 허공에 떠 있었다. 레이는 벽에 등을 기댔다. 손바닥이 차가웠다.

도시 조례 제17조는 명확했다.

  • 월 유지세 미납 1회: 카운터 반투명 처리
  • 미납 3회 누적: 카운터 완전 공개
  • 공개 이후 이전 거래 가능: 등록 브로커를 통한 수명 양도 허용

딸 소이의 등급은 C3. 보험 적용 외 구역이었다.

레이는 브로커 사무실 문을 열었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얼마나 남으셨어요?" 브로커는 레이의 손목을 먼저 봤다.

D-5847

16년. 레이는 소매를 내렸다.

"딸한테 이전하려고요."

브로커는 서류를 꺼냈다. 손동작이 빨랐다. "이전은 비가역적입니다. 양도한 시간은 회수되지 않아요. 서명하시면 본인 카운터가 즉시 차감됩니다."

레이는 펜을 들었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딸이 알게 되면요?" 브로커가 물었다. 처음으로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

"모르면 돼요." 레이는 서명했다.

소이가 복도에서 기다렸다. 아버지가 나오자 달려왔다. "아빠, 오래 걸렸어."

"응." 레이는 딸의 손목을 봤다. D-5891. 숫자가 바뀌어 있었다.

소이는 아버지의 손목을 잡았다. D-0000.

"아빠—"

레이는 웃었다. 처음으로, 숫자 없이.

수명 이전 완료. 양도자 카운터: 만료. 수혜자 카운터: 갱신됨.

소이는 자신의 손목에 새겨진 숫자를 내려다봤다. 5891. 아버지가 살았어야 했던 날들이, 지금 자신의 피부 아래서 뛰고 있었다.

그녀는 숫자를 지우려 했다. 지워지지 않았다. 🕐

그날 밤, 소이는 브로커 사무실 주소를 검색했다. 이전 취소 신청서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없었다.